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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흐르는 건축가, 류자쿤

우리는 보통 자기만의 스타일이 뚜렷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딱 들어도 ⭘⭘의 목소리네."
"붓터치만 봐도 △△△의 작품이네."
예술을 감상할 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류자쿤의 건축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이 아닐까?

류자쿤은 말한다.
"나는 언제나 물처럼 되고 싶었다. 특정한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 공간 속으로 스며들어 그 장소와 환경 자체의 일부가 되도록."

그는 특정한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장소가 가진 특성을 존중하며 그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재탄생 벽돌(Rebirth Bricks)’이다.

2008년 원촨 대지진은 수많은 건물을 무너뜨렸고, 그 잔해는 폐허로 남았다. 류자쿤은 그것을 단순한 잔해로 보지 않았다. 그는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지역 밀섬유와 시멘트로 결합해 새로운 벽돌을 만들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파괴된 도시의 기억을 새로운 형태로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이 벽돌은 수징팡 박물관(2013년), 웨스트 빌리지(2015년)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사용되었으며, 류자쿤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사례로 꼽힌다.

게다가 그의 건축은 눈에 보이는 디자인보다 철학과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어떤 건물을 지었는지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그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다. "공간이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응고되는 건축",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 같은 개념적인 요소들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류자쿤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 유독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이 사람은 이런 건축가다."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 문득, 나의 글쓰기도 어느 정도 굳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성에 얽매이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다르게 소개하는 것이 맞는 일인데 말이다.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단은 그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반복적인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일상의 시나리오를 창조한다."

류자쿤이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그를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의 수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타일을 만들지 않은 것이 오히려 스타일이 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다.

사진 출처:
• designdiffusion
• jia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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