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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 쓴 소설, 톈바오 동굴 지구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류자쿤은 한때 밤마다 소설을 썼다. 낮에는 청두 건축설계연구원에서 도면을 그리고, 밤에는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얼랑진 톈바오 동굴 지구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그런 류자쿤의 성향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작업 중 하나다.

이 건물은 쓰촨성 루저우, 치수이 강가의 절벽 중턱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중국 전통 백주인 랑주를 숙성하던 천연 동굴 지대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건물들은 낡고 부서졌다. 류자쿤은 이곳을 초고 위에 새로운 문장을 덧대듯 다시 써내려갔다.

설계의 핵심은 ‘정자(亭子)’라는 전통적 개념이었다. 그는 동굴의 지형을 따라 퍼져 있는 여러 공간을, 문학적 서사 구조로 연결했다. 한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이야기의 장면이 바뀌듯 풍경이 바뀌고, 한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게 된다.

1. Entrance Pergola (입구 퍼골라) 대나무와 철재를 조합한 60미터 길이의 터널. 이곳은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로 뒤덮여 하나의 ‘그린 터널’이 될 예정이다.

2. Reception Lounge (리셉션 라운지) 코르텐강으로 만든 정자가 캔틸레버 형식으로 떠 있고, 내부는 라운지로 구성되어있다. 수평창을 통해 치수이 강과 산이 액자처럼 펼쳐진다.

3. Tree Yard (나무 마당) 지붕 아래에서 아름답게 펼쳐진 나무들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햇빛이 얕은 수면의 바닥에 나무들을 거울처럼 비추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내 벽면에는 술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프로젝션이 펼쳐진다.

4. Exhibition Hall of Lang (랑주 전시관) 천장과 바닥에 거울을 설치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공간감을 연출했다. 양쪽 벽에는 천장까지 닿는 선반이 배치되어 있다.

5. Blending Experience Area (블렌딩 체험 구역) 콘크리트 아치 아래 배치된 개별 체험실에서, 향과 맛을 직접 조합해보는 감각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6. Liquor Tasting Pavilion (랑주 시음정자) 물로 둘러싸인 깊은 처마의 정자. 멀리 펼쳐진 산과 강을 바라보며 한 잔의 랑주를 즐길 수 있는 고요한 시음 공간.

7. Terraced Garden (계단식 정원) 계단식 동선을 따라 다양한 풍경이 열린다. 자연과 함께 걷는 전시다. 벚꽃이 피게 된다면 더욱 아름답다.

8. Sloped Elevator & Cliff Restaurant & Renhe Cave (경사형 엘리베이터와 절벽 레스토랑)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산을 따라 절벽 레스토랑과 런허 동굴을 연결한다. 수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하나의 연출처럼 공간을 연결하며 디자인 요소가 된다.

이 건축물은 땅에 앉아있으면서도 공중에 떠 있다. 무거운 듯 가볍고, 고요한 듯 역동적이다. 산에 스며든 채, 풍경 속을 미끄러지듯 흐른다.

류자쿤은 자신이 언제나 물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특정한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 공간 속으로 스며들어 그 장소와 환경 자체의 일부가 되도록. 그는 스타일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이야기를 만들었다. 종이가 아닌 콘크리트로, 문장이 아닌 동선으로, 그는 공간 속에 자신만의 문학을 써내려간다.

사진 및 정보 출처:
• archdaily
• indesignlive
• jia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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