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
단천 3월 NEWS LETTER          단천 지난호 NEWS LETTER          웹사이트바로가기

Alec Monopoly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난다. 턱시도와 실크해트를 쓴 Monopoly Man. 원래는 1936년 보드게임의 마스코트였지만, 이제는 자본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DJ인 Alec Monopoly는 이 이미지를 차용해 예술로 풀어낸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2006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폐쇄적인 뉴욕의 예술계와 달리, 로스앤젤레스는 광고판과 벽이 넘쳐나는 거대한 캔버스였다. 그는 거리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낡은 벽과 버려진 간판 위에 Monopoly Man을 덧입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Monopoly Man의 의미는 변했다. '자유 시장'을 신봉하던 대형 금융 기업들은 위기가 닥치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던 그들은, 정작 자신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가장 먼저 정부의 개입을 받아들였다. 시스템이 위험할 때만 사회적 책임을 논하고, 이후에는 다시 자유 경쟁을 외치는 모습은 모순적이었다. Monopoly Man은 그 아이러니의 얼굴이 되었다. 그는 언제나 반짝이는 신사복과 탐욕스러운 웃음을 유지하며, 벽 위에서 현실을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의 작업이 진정한 비판인지, 혹은 단순한 이미지 소비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또 다른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뱅크시는 익명성을 유지하며 시스템을 직격하는 예술을 한다. 그의 작품은 한순간에 나타났다 지워지기도 하지만, 메시지는 오래 남는다. 반면 Alec Monopoly는 태그호이어와 협업하고, 요트 파티를 열며, 그의 작품은 갤러리에서 거래된다. 체제 비판적인 예술이라기보다, 체제 안에서의 성공에 가깝다. 이쯤 되면 풍자도 자본이 된다.

우리는 금융 엘리트나 자본가를 비판하는 것이 맹목적인 것인지, 아니면 합당한 것인지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 시스템이 탐욕적이라고 해서, 그 안에서 성공한 모든 이들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될 수 있는가? Alec Monopoly의 예술이 정말 체제를 전복하려는 것이라면, 왜 그는 그 체제 안에서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가?

어쩌면 그의 작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거리에서가 아니라, 그가 어떤 예술가인지 다시 묻게 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의 Monopoly Man과 눈이 마주칠 때, 우리는 그것을 풍자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단순한 브랜드 아이콘으로 소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만약 예술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면, Alec Monopoly의 작품은 적어도 한 가지 질문은 남긴다. ‘이것은 진짜 풍자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상품인가?’

이미지 출처:
• Cafe Mambo Ibiza
• Eden Gallery
• Artnet

발행처 : 단천
소 :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0 TEL : 02-549-1061 FAX : 02-549-3442 E-mail : daanceon@naver.com
안 성 공 장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걸미로 526 TEL : 031-673-0402 FAX : 031-673-7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