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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네 가지 흰색 라임스톤
때로는 흰색 말고는 다른 색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흰색은 단순한 색 같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깊이가 있다. 흰색 석재도 그렇다. 흰색 석재는 단순히 색깔뿐만 아니라, 은은한 깊이와 공간에 스며드는 분위기가 그 매력을 완성한다. 스페인의 석회암은 흰색이라는 단순함 속에서 다채롭고 풍부한 개성을 드러내며,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매력을 인정받아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미세한 결함과 흔적들은 흰색임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한다. 마치 같은 장면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듯한 매력이 있다. 같은 흰색이지만 다른 이야기를 가진 네 가지 석재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피에드라 팔로마 (Piedra Paloma)
세비야의 작은 마을에서 채굴되는 이 석재는 순수한 흰색의 극치다. 99%가 방해석으로 이루어진 이 돌은 깨끗하게 갠 하늘처럼 균일하다. 피에드라 팔로마는 스페인의 안테케라 법원(Antequera Courts)에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파리의 디올 매장과 유니클로 매장에서도 그 품격을 뽐낸다.
내구성이 뛰어나 실내외 어디서나 활용 가능하며, 연마(honed), 광택(polished), 에이징 마감(aged finish)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듬어질 수 있다. 프랑스, 미국, 한국 등지로도 수출되며, 공간에 품격을 더하는 소재로 손꼽힌다. 이 돌은 잘 만들어진 영화의 사운드트랙처럼 주변 환경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알바 석회암 (Alba Limestone)
알바 석회암은 색상이 '깨진 흰색(broken white)'이라고 표현되는 석재로, 순백의 흰색보다는 회색 톤이 미묘하게 섞인 부드럽고 중립적인 색감을 띤다. 이는 해양 화석의 흔적이 더해져 자연스러움과 고요함을 동시에 준다.
손끝으로 만지면 매트한 표면이 느껴지며, 그 촉감은 오래된 돌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닮았다. 이 석재는 미국, 중국, 한국, 멕시코 등지로 수출되며, 수영장 테두리, 거리 가구, 벽면 장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특히 뜨거운 여름날에도 열을 흡수하지 않아 수영장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분명한 돌이다.
카프리 석회암 (Capri Limestone)
카프리 석회암은 작은 해양 화석들이 만들어낸 미세한 점들이 흩뿌려진 듯한 독특한 패턴을 가진다. 이 석재는 실내외 어디서든 활용 가능하지만, 특히 바닥재와 외벽, 수영장 주변에서 빛을 발한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중동의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며, 내구성과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많은 프로젝트에서 사랑받는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마감은 연마(honed) 처리로, 석재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캄파스페로 석회암 (Campaspero Limestone)
캄파스페로 석회암은 스페인의 바야돌리드에서 채굴되며, 500년 이상의 역사를 품고 있다. 흰색과 회색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매력적이며, 고운 질감과 미묘한 패턴은 전통 석조물과 외벽 장식에 특히 적합하다.
이 석재는 프랑스 아키텐 지역과 유럽의 여러 역사적인 건축물에도 사용되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존재감을 지닌다. 한편, 추운 지역에서는 바닥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그 용도가 제한되기도 한다. 이 돌은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길처럼, 다가갈수록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게 한다.
흰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순수한 색이 가장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페인의 석회암들은 흰색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공간 속에서 흰색이 가진 힘은 바로 그 단순함 속에서 빛난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 돌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흰색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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