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슈라비야(Mashrabiya)
어느 날 문득, 창문이 단순히 바깥세상을 들여다보는 도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은 빛과 바람을 들이고, 때로는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만들어준다. 아랍의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마슈라비야(Mashrabiya)는 그런 창의 기능을 가장 정교하게 풀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마슈라비야는 주로 발코니처럼 건물 상층부에서 살짝 돌출된 형태로 설계되지만, 벽면에 평면적으로 배치된 경우도 있다. 나무로 조각된 격자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선 실용성을 지닌다. 바람을 유도하고 태양의 직사광선을 막아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며, 물 항아리를 놓아 증발 냉각으로 공기를 식히는 전통적인 방식도 활용된다. 이는 사막의 건조한 환경에서도 쾌적한 습도를 유지하려는 지혜다.
마슈라비야의 또 다른 매력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내부에서는 외부를 볼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는 아랍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이는 가족과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동시에, 거리와 건물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만든다.
역사적으로 마슈라비야는 12세기 바그다드에서 시작되어 오스만 제국을 거치며 발전했다. 현대화로 인해 한때 잊혀졌었지만, 최근 지속 가능한 건축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마슈라비야:


현대적 마슈라비야:


나는 마슈라비야가 단순히 창문을 넘어, 어떤 연결과 균형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바깥세상과 나를 이어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 뜨거운 사막 바람과 태양 아래에서도 나를 보호하며, 내가 세상을 느끼도록 돕는 창. 결국, 마슈라비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이다.
창문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 나는 문득 내 주변의 창문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꽤 괜찮은 여행이 될 것 같다.
사진 및 정보 출처:
Wikipedia -Mashrabiya
Divisare - Diriyah Art 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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