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조: 경제적 자재에서 예술의 원천으로
어떤 자재는 단순한 건축 재료를 넘어선다.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빛깔로 변주되는 재즈 음악처럼, 테라조(Terrazzo)는 상상력과 창의성에 따라 무한히 새로워질 가능성을 품는다. 시멘트와 대리석 조각이 결합된 이 자재는 칩의 색상과 바탕의 조합을 통해 독창적이고 따뜻한 생명을 공간에 불어넣는다.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 거리의 테라조는 아마 이 자재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사례일 것이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칩이 박힌 테라조는 발 아래 깔린 별들의 이야기를 받쳐 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별과 영광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름은 몰라도, 그 디자인을 기억하지 못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테라조의 뿌리는 고대 이집트의 모자이크 양식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는 18세기 Pavimento alla Veneziana에서 유래했다. 당시 베네치아의 작업자들은 모르타르에 대리석 조각을 섞어 Seminato라는 경제적인 바닥재를 만들었다. ‘Seminato’는 이탈리아어로 '씨를 뿌리다'는 뜻인데, 대리석 칩을 뿌려 만든 이 기술이 현대 테라조의 기초가 되었다. 현재는 시멘트에 돌 조각을 넣는 형태로 진화하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테라조는 처음 등장했을 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독창성과 아름다움이 인정받아 건축과 인테리어의 대표적인 자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뉴욕 5번가의 발렌티노 매장에 사용되며 브랜드의 시그니처 자재로 떠올랐다. 발렌티노의 테라조는 단순히 고급스러움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자재 자체가 창의적 정신과 대담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테라조는 단순한 자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경제적 자재로 사용되던 테라조가 이제는 5번가의 발렌티노 매장에서, 할리우드 거리의 별들 주변에서 우리와 함께한다. 테라조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그 끝없는 변주가 또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Sivak 1980 - ABC Worldwide Stone
• Hollywood Walk of Fame - Disney Fandom
• Hollywood Walk of Fame - Variety
• Valentino New York -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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