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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co Paterlini - Tempietti (계단, 원, 수수께끼 / 탄생, 순환, 기도)

우리는 삶 속에서 모호함을 자주 마주한다. 삶이 이미 전부 정해진 것 같다가도, 때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예기치 못한 사고와 불확실한 미래—을 자주 마주치며, 이런 불안 속에서 신을 향해 기도하곤 한다.

고대 로마에는 가정의 신인 라레스(Lares)를 위한 작은 신전이 있었고, 이를 라라리움(Lararium)이라 불렀다. 그리고 오늘날 이 라라리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있다. 바로 프란체스코 파테를리니의 Tempietti 전시다.

가뭄처럼 갈라진 구운 찰흙 같은 계단을 따라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숨 쉬는 듯한 초록색 이끼가 낀 돌 위에 여러 개의 작은 신전들이 자리해 있다. 그 돌에는 마치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새겨지듯 다양한 형상들이 조각되어 있다. 원, 계단, 사람의 얼굴 같은 상징들이 대표적이다. 이 조각들을 해석 없이 본다면 단순한 장식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이 신전들은 마치 수수께끼처럼, 관객에게 각자만의 해석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표정 없는 사람의 얼굴, 혹은 얼굴 없는 희미한 형상들. 그들은 신전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보이며, 그 무미건조함 속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수한 감정과 이야기, 그리고 수수께끼가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어쩌면 이 형상들은 우리가 우리의 진정한 내면을 마주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 혹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에 풀어야 할 수수께끼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지하로 내려가는 큰 계단은 마치 출발, 즉 탄생을 상징하는 듯하고, 신전 속 작은 계단들은 삶 속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모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전시를 다 본 후 계단을 통해 다시 위로 올라가는 과정은 빛을 마주하는 귀환, 즉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전 곳곳에 새겨진 수많은 원 또한 반복되는 하루, 반복되는 계절, 반복되는 1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과 순환을 상징하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던진다. 결국, 우리는 출발한 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을 이어가는 셈이다.

나는 이전에 Echo of the Mountain 프로젝트 속 그의 조각을 보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느꼈다. 자연의 숨결 속에 새겨진 인간의 흔적을 보며, 우리가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며,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주제는 그의 Tempietti 전시에서도 여전히 강하게 흐른다.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고, 결국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운명을 지닌다. 우리는 이해와 미지의 애매한 경계 속에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잃고, 또다시 자신을 발견해가는 여정을 반복할 뿐이다.

프란체스코 파테를리니는 1987년 브레시아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한 후 예술의 길로 나아가, 피에트라산타에서 다양한 조각과 회화 기법을 익히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역사적인 Studio Cervietti와 터너상 수상자 더글라스 고든과의 협업을 통해 그 깊이를 더했다. 현재 그는 브레시아와 피에트라산타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으며, 이번 Tempietti 전시는 그의 첫 개인전으로, 인간 존재와 자연, 순환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Sources :
Spazio Contemporanea - Tempi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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