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o of the Mountain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침묵이 깃든 원형의 공간이 나타난다. 한때 이곳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파헤쳐지던 광산이었지만, 이제는 쇳소리 대신 고요가 그 자리를 채운다. 의자와 조각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 장소.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기에선 풍경이 말하고, 돌이 기억하며, 고요가 사색을 부른다.
이곳은 철과 납, 아연석을 캐던 사람들의 땀과 노동이 스며 있던 공간이다. 땅을 파헤치며 얻은 자원으로 삶을 이어간 이들은 광산이 문을 닫으며 오랜 시간 잊혀졌다. 이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기념한다. 깊은 산속에서 메아리를 찾으려는 것처럼, 이 땅을 채운 노동과 희생의 여운을 되살리려는 것처럼.
원 한가운데 자리한 조각들은 자연과 인위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그 돌은 무엇이었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조각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인간의 손이 만들어낸 형태이지만, 돌의 단단함 속엔 여전히 자연의 숨결이 남아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고, 자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에 그을린 목재와 콘크리트의 구조는 그 자체로 이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광산의 거친 자연과 노동의 흔적을 연상시키는 목재, 그리고 그 목재를 받쳐주는 콘크리트 좌석. 그 위에 앉으면 눈앞의 풍경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축제 때면 이 자리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오롯이 개인과 자연만의 대화가 흐른다.
도세나의 광산이 멈춘 이후에도 이곳에선 무엇인가가 계속된다. 우리는 잊기 쉬운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땅의 깊숙한 곳에서 나온 자원들, 그 자원을 끌어올린 노동자들, 그리고 자연의 시간. 이곳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바람의 소리, 돌의 서늘함,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산의 메아리. 어쩌면 그 메아리는, 아주 오래전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듣는 순간, 우리는 이 공간의 한 조각이 된다.
디자인 : Associates Architecture
조각 : Francesco Paterl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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