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odescape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상은 이미 돌 속에 존재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여분을 제거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단단하면서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돌은 상상력과 만났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품는다. 예전에는 모든 걸 손으로 다듬어야 했지만, 오늘날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현실로 구현한다. 좋은 재료와 풍부한 상상력이 만나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겐고 쿠마는 단순한 ‘건축가’ 이상의 존재다. 그는 공간과 재료를 넘나들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가이자, 자연과 교감하는 장인이다. 카라라의 Franchi Umberto Marmi와 협업하여 탄생시킨 Erodescape는 그가 그리는 세상, 그리고 대리석이 품은 잠재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Erodescape는 돌이 깎여나간 자리에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는 과정을 담았다. 겉으로는 거칠고 울퉁불퉁하지만, 그 속에는 자연의 물결이 있다. 바람과 물이 수백 년에 걸쳐 돌을 깎아내는 손길을 재현하여 대리석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정교하게 다듬어냈다. 무게를 덜어내고 공간을 비워내며 새로운 풍경을 창조했다.
돌이란 원래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변해가는 유연한 존재다. Erodescape는 그러한 대리석의 두 얼굴을,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공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겐고 쿠마의 비전과 Franchi Umberto Marmi의 기술력, 그리고 그들이 나눈 상상력이 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Credits :
"Acqua e vento modellano il marmo, creando un paesaggio in negativo," accessed at Archiportale
Designer page on Kengo Kuma, accessed at F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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