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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프(Relief)

파리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든 생각은 “건축물의 깊이가 남다르다”였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릴리프의 존재 여부인 것 같다. 릴리프는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무의식 속에서 건물의 깊이감을 더한다. 마치 요리나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맛보거나 듣게 되면 정성이 들어간 것인지 아는 것처럼.

릴리프는 라틴어 동사인 relevare에서 유래되어 ‘들어올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치 벽면에서 조각들이 떠오른 것처럼, 조각만 남기고 나머지 배경들을 다 깎아내는 작업이다. 누군가 그저 돌을 붙여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조각의 입장에서 서운할 정도로 많은 수고가 드는 일이다. 왠지 모를 안정감과 깊이는 남모를 인고의 시간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노래가 가장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릴리프도 그렇게 보이지 않으나 많은 수고가 뒤따른다.

예를 들어, 루브르 박물관 앞에 위치한 Arc de Triomphe du Carrousel의 정교한 릴리프(기둥 사이의 인물상)나 Charles de Gaulle-Etoile에 위치한 Arc de Triomphe de l'Étoile의 장엄한 릴리프(처마 아래의 행렬과 아치 위의 천사상)들은 그 건축물에 이야기와 깊이를 새겨 넣는다. 음악으로 치면 배경에 작게 깔리는 일렉트릭 피아노 같은 느낌일 것이다. 샌드위치 속 버터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차이는 극명하다.

입체 조각과는 달리, 릴리프는 서 있는 조각 형상의 발목이 부러지거나 떨어질 염려가 없어 안정적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 세계 건물에 릴리프가 흔히 사용된다. 또한, 릴리프는 인물이나 전투 같은 복잡한 주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며, 아라베스크 문양이나 식물 패턴의 장식적인 묘사에도 활용될 수 있다.

릴리프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저부조(Bas-relief)는 물체가 배경에서 살짝만 떠오른 얕은 조각으로, 미세하고 섬세한 효과를 준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의 조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저부조는 건물에 우아한 분위기를 더한다. 반면, 고부조(High-relief)는 배경에서 깊게 깎여 물체가 훨씬 더 돌출된 느낌을 주며, 더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인상을 남긴다. 때로는 릴리프인지 독립된 조각인지 헷갈릴 정도로 입체적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메토프 장식이나 개선문에 있는 고부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저부조 조각 예시 :

A : 도나텔로의 성모 승천 (얕은 부조, 1420년대)

B : 아슈르바니팔의 사자 사냥 (아시리아 저부조, 니네베 북궁)

고부조 조각 예시 :

C : 파르테논 신전 메토프 고부조 (그리스 고전기)

D : 카주라호 신상 고부조 (인도 고부조)

릴리프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남긴 시간과 정성의 흔적이다. 건축물의 외벽에 새겨진 그 미세한 조각들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이야기를 속삭인다.

Sources:
1. Wikipedia - Relief
2. Splendour in Stone.
3. 개인 소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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