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세계를 여는 열쇠: 루치오 폰타나의 스탠리 나이프와 콜럼버스의 달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는 별들이 흩어진 우주를 응시하듯, 캔버스와 칼을 통해 무한한 공간과 빛의 교향곡을 창조하는 예술가다. 종이 뿐만이 아닌 브라스, 테라코타, 화강석, 그 어떤 것이든 그에게는 캔버스가 된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며, 인간 존재와 공간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빈 캔버스 위에 남긴 절개와 구멍은 신비로운 별들이 터져 나오는 순간처럼 관객을 새로운 시각적 우주로 초대한다.
폰타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밀라노에서 예술을 공부했으며 그의 주 전공은 조각이었다. 그의 예술 여정은 상징주의와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나,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주의(Spazialismo)'를 발전시켰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극한의 고민은 그의 예술에 깊은 심리적 내면성과 극단적인 실험을 가능하게 했고, 그로 인해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예술적 표현을 추구하게 되었다.
폰타나의 예술적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963년, 그의 작업실이 화재로 인해 불타면서 대부분의 작품이 손실되었다. 이 사건은 그의 예술적 유산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창조적 비전과 의지를 더욱 살아나게 했다. 폰타나는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계속해서 추구했다.
폰타나의 예술적 접근을 이해하기 위해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우는 간단한 방법을 제시했을 때, 그는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창의력을 보여주었다. 폰타나의 공간개념 또한 이와 비슷하다. 복잡한 예술적 문제를 단순한 물리적 조작을 통해 해결하며, 영화 “파이트 클럽”의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 듯 제 4의 벽(The fourth wall)을 무너뜨리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할 기회를 제공한다.
스탠리 나이프(Stanley Knife)는 폰타나가 작업 중 사용한 칼로, 그의 예술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구다. 커터는 칼이 단순히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칼이 사람을 해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의사가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도구가 되듯, 모든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폰타나에게 스탠리 나이프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새로운 예술적 차원을 탐구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작업을 통해 쌓아온 폰타나의 테크닉은 종이를 칼로 베어낼 때조차 그 진가를 발휘한다. 불규칙적인 길이와 각도의 절개선들은 리듬감을 느껴지게 하며, 순수미술이 단순히 창의력과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작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폰타나는 작업하는 모습을 찍으러 온 사진가에게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 작업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하며, 이미 절개된 캔버스에 칼을 대는 시늉만 하며 사진을 촬영했다. 또, 그는 자신이 할 일을 확신할 때까지 캔버스를 몇 주 동안 걸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한 절개(Tagli)와 구멍(Buchi) 뒤에는 깊은 생각과 준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루치오 폰타나와 콜럼버스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미니멀한 접근이 어떻게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폰타나는 그의 독창적인 작업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그의 유산은 예술의 본질과 창의력의 깊이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익숙한 경계를 넘어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경험을 창조하도록 영감을 주며, 예술과 혁신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진 및 정보 출처 :
https://www.finestresullarte.info/en/works-and-artists/how-lucio-fontana-made-his-cuts-technical-aspects-of-his-wa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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