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황가진주
중국 산동성 위해시 근처에 석도라는 곳과 영성이라는 곳이 있다. 바닷가와 접한 이 작은 도시는 화강석으로 유명한 곳이다.
석도는 성도홍이라는 약간 붉은색 화강석으로 포천석 계열의 회색에서 과감하게 색상의 변화를 주어 2005년 경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여 반포 자이 아파트 등 국내 대형 건설사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하였다.
이 무렵에 지은 아파트는 대부분 석도홍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물론 석재 가격도 포천석 류에 비하면 품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10불 정도 비싸다. 그래도 입주자들이 좋아하니 그 정도의 비용은 기꺼이 감수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영성이라는 곳에서 생산되는 황가진주(皇家珍珠)이며, 영어로 하면 Imperial Pearl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통 수입 화강석이나 대리석의 이름은 영어 이름이 많다. 물론 이태리나 프랑스 등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이름이 대부분이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알파벳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황가진주라고 하는 것도 영어식 중국어이다.
한국과 중국은 돌 이름 앞에 지역 이름을 넣고 다음에 색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충주백석이나 석도홍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태리는 Rosso Verona 베로나의 붉은색 돌이나 Bianco Carrara 까라라의 흰색돌이라고 하는 것처럼 동양과는 반대로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간에 석재는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색상과 품질 우선인데 석도홍을 지나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아파트 외장재는 왕실의 진주라는 이름을 가진 황가진주이다. 하지만 황가진주 계열의 화강석 즉, 비슷한 화강석이 10여가지에 달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몇일 전 지인의 초대로 서초동의 재건축 아파트를 가본 적이 있는데 외벽에 황가진주를 사용하였고, 그 옆에 같은 건설사에서 입주를 시작하고 있는 아파트도 같은 황가진주로 외벽을 마감하였다. 물론 황가진주 계열에서 가장 비싸고 품질이 좋은 것을 사용하였고, 시공품질도 매우 좋아 보였다. 그러던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감동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2014년에 입주한 용산에 있는 무슨 프라임이라는 곳에 우리가 처음으로 아파트 외장에 사용한 기억이 났다. 그 때 ‘아, 이제는 황가진주도 더 이상 새롭지 않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석도홍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신세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그럼 다음에 오는 유행을 타지 않는 황가진주를 대신할 수 있는 석종은 무엇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naming이 좋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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