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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2003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1995 이탈리아 CARRARA 국립미술아카데미 조각과 졸업
1990 상명여자대학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1986 진명여자고등학교 졸업

조각가 박민정은 국내에 돌아온 이래, 해외전을 포함하여 총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것은 매해 개인전을 가졌다는 것을 뜻하는데 특히나 인내와 산통을 요구하는 조각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작품이력은 더욱 값져 보인다. 그가 올해도 어김없이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작품전의 유형을 알아보면 가족상을 비롯하여 풍경 연작과 계절 감각을 주제로 한 작품을 들 수 있다. 
먼저 가족상부터 살펴보면, 부부상, 모자상 또는 모녀상 등 단란한 가족상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큼직한 면으로 구성되어 시원시원하고 크고 작은 면이 촘촘히 얼개지어진 형식을 띠고 있다. 크고 작은 면들로 조합했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가 탄탄한 장점이 있지만 세부묘사의 생략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내면을 헤아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점을 보완하려는 듯 작가는 작품속에 슬픔과 애수, 행복과 같은 ‘감정의 맥박’을 뛰게 하고 있다. 즉 조형의 구축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재감을 잃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반해 풍경작품들은 한 점의 평화스런 풍경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낳는다. 작품에는 한 마리의 염소가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풀을 뜯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염소가 다가오자 놀란 풀잎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며 나무의 새떼들은 솟구쳐 날라가버린다. 가족을 테마로 한 작품이 큼직한 면처리를 위주로 했듯이 풍경 연작에서도 면처리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면처리 방식에 있어 약간 차이가 난다. 앞의 작품이 반듯한 절단에 의한 것이라면 풍경연작에서는 자연석의 재질감을 최대화시키는 효과를 앞세웠다. 다시 말해 원석의 거친 텍스쳐와 재료적 성질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작가는 가족이든 풍경이든 계절의 변화든 자신의 진솔한 느낌을 작품에 담는다. 그러니까 그에게 시간은 지금이 정확히 몇 시인지 정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속에 얼마나 충실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셈이다. 그에게 시간은 양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중요하다. 우리 삶속에서 결코 시작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작가는 어느 것을 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두 순간에 의연히 대처하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충실하다. 물론 그런 일은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상황에 충실해야 할 이유는 우리 존재의 비밀을 그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주 가끔 찾아오지만, 내일은 오지 말았으면 할 정도로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도 있다. 이 순간이야말로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환희와 감격의 시간인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순간도 박민정은 놓치지 않는다. 




이 상반된 두 유형의 순간이 그의 작품에 담겨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까지 받아들이는 경륜, 놓치고 싶지 않은 아쉬움이 그의 작품안에 교차하고 있다.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까, 어느 경험이 더 값진가 하는 문제는 그의 주관심사는 아닌 것같다. 작가는 우리가 삶의 여정속에서 거치는 - 작품의 주인공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 생생한 경험들을 조명하고 있기에 그의 작품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게 아닐까.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