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10월 웹진    단천 지난호 웹진    웹사이트바로가기    


김성은(Korea)
김성은(한국) 1984 ~

미대 졸업 후 할 만한 것은 다 해봤다. 사장 비서, 미술학원 선생님, 방과 후 학습 교사, 작가 어시스턴트, 상업미술 아르바이트. 대학원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교수들이 작업하는 모습에 흠뻑 마음을 빼앗겼다. 다시 작업이 너무 하고 싶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성신여대에서 김성복 교수의 경력 조교이면서 작업 3년차에 접어든 신예 김성은(31) 얘기다.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는 왠지 거친 돌을 만질 것 같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오빠들에게 애교 떨고 돌 날라 달라 할 것 같다고. 누가 대신 작업해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샀죠."
 
그러나 그를 가깝게 접해 본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작업을 좋아하고, 또 작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지난해 명동 세종호텔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13일부터 시작하는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다. 그는 대리석이나 화강암을 글라인드로 깎아 별과 강아지, 물고기 등을 빚는다.
 
"어린 시절부터 별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때 필리핀 한 섬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이지 별이 쏟아지더군요. 별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제격인 것 같아요." 그는 돌에 금이 간 곳을 일부러 숨기지 않고 그곳에 드로잉을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돌을 가져다 놓고 관람객들이 직접 낙서도 하고 드로잉을 그릴 수 있도록 할 거예요. 돌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요."
 
여성 작가가 돌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 나무나 브론즈 작업을 한다. 털털한 성격의 그는 말을 이었다. "직접 돌 작업을 해보니 저랑 너무 잘 맞더군요. 돌이 주는 색감도 좋아요. 글라인더로 작업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매 순간 집중해야 하고 체력 소모도 큰데, 108배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가 결국 돌고 돌아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그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미대 나와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어요. 그런데 그 일들이 안정적이긴 한데, 성취감은 없고 마음이 허하더군요. 작업을 하면서 새로 배우는 게 너무 좋고, 아침에 와서 하루 10시간 돌을 쪼개도 행복해요. 손을 구부리기도 어려운데, 작업만 하면 아프지가 않네요."
 
김성은의 작품은 따뜻하고 순수하며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언뜻 작가라 하기에는 기가 세 보이지 않았다. "기 센 작가들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너무 여린 것 같다는 얘기도 듣지요. 근데 전 순진무구함과 진심이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인 것 같아요. 좋은 인연도 그 덕에 많이 만나게 되고, 새로운 기회도 열리고요." 그는 "예쁘고 귀여운 것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것도 어렵지 않은 쉬운 작업으로"라고 했다. 그가 참여하는 서울국제조각페스타는 조각가 101명의 잔치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13일부터 18일까지

 

출처: 2015년 10월12일 매일경제 신문 발췌